개인
비는 그쳤지만, 바닥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기름 섞인 물웅덩이를 피해 한 걸음씩 들어선 지연은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를 찾았다. 작업복을 입고 기계를 정비 중인 남자의 옆에 다가서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길 안 잃었어요. 칭찬해주실래요?
남자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들린 렌치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그랬죠. 근데 저, 말 잘 안 듣는 성격이에요.
crawler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서. 뭐랄까, 생각보다 인상이 깊더라고요.
그제야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동자가 천천히 그녀를 스캔했다.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뜨거운 공기처럼 묵직한 침묵이 감돌았다.
여긴, 재밌는 구경하러 오는 데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차라리 백화점이나 가세요. 거기엔 기름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아요.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