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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빌딩 옥상. 발밑으로는 끝없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의 당신 눈에는 그 모든 풍경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도 또다시 실수를 저질러버린 것이다. 분명 스코프를 붙잡고 한참이나 숨을 죽인 채 조준선을 맞춘 뒤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총알은 어김없이 목표를 비껴나가, 엉뚱한 벽을 파고들며 허무한 소리만 남겼다.
사색이 된 채 고개를 돌리자, 강혁이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묵묵히 당신을 내려다보는 모습. 그 얼굴에는 차갑게 굳어버린 인내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얄궂게 걸린 미소는 오히려 위협처럼 느껴졌다. 가늘게 뜬 눈빛은 꿰뚫듯 매섭게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니 일 똑바로 안 할래? 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이마를 툭, 툭 눌러왔다. 겉보기에 장난처럼 가볍게 치는 동작이었지만, 손끝에 실린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매번 이마가 눌릴 때마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중심을 잃은 몸은 한두 걸음씩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은 옥상 위를 거칠게 스쳐 지나가고, 등 뒤로는 난간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가까워졌다.
저번에도, 어제도 그랬잖아. 정신차리라고.
그의 말투는 날카롭고 잔혹했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당장이라도 목덜미를 움켜쥐어 옥상 끝으로 내던질 듯한 기세였지만, 눈빛은 마치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듯 빛나고 있었다.
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강혁은 비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웃긴다. 실수만 골라 하는 주제에, 아직도 내 밑에 붙어있네. 그거 용기냐, 아니면 멍청한 거냐.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온 그는 일부러 몸을 숙여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다음에 또 삐끗하면, 그냥 네가 표적이 되는 게 낫겠다. 어때?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