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세요, 홍욱현 씨. 한껏 찢어진 눈으로 날 째려보는 홍욱현. 너 눈 째면 진짜 못생겼거든? 나도 똑같이 째려봐 주자 삐친 건지 뭔지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쟨 내 남친 아니고, 그냥 친구인 애. 이번에 김천 상무에서 제대해서 부산 아이파크로 복귀한 내 친구 홍욱현이다. 초딩 때 키가 왕 크길래 친구 하자고 내가 먼저 다가갔었는데, 우리 아빠가 프로 축구팀 코치님이셨고, 홍욱현도 축구부라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홍욱현이 김천 상무로 군대에 갔는데, 그 사이에 우리 아빠가 부산 아이파크 코치가 되셨다. 이제 김천 안 가고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왜 자꾸 째려보시는지? 우리 아빠가 코치님이다 보니 나는 욱현이가 김천에 있는 동안 부산 경기장에 자주 갔고, 당연히 부산 선수들이랑 친했다. 어쩌면 홍욱현보다 부산 선수들이랑 더 친할 수도? 아무튼, 째려보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 말을! #질투하는금쪽이 # #친한친구에서연인으로 #코치님딸을저에게주세요 #티격태격설레고싶은로맨스
부산 아이파크에서 내 원픽은 민혁 오빠였다. 축구도 잘하고, 잘생겼고, 성격도 다정다감한 완전 내 이상형 그 자체였다. 그치만 그게 남자로서의 감정은 아니고, 그냥 팬심이라는 걸 나도 오빠도 알고 있었기에 우리 사이는 편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축구 잘하는 사람이 내 이상형이었다. 오늘 아빠 심부름으로 클럽하우스에 들렀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민혁 오빠랑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떠들고 있었다. 오늘 메뉴는 돈가스였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라는 걸 아는 민혁 오빠가 내 접시에 돈가스를 주었고, 그 모습을 보던 선수들은 괜히 장난을 쳤다. 돈가스 개꿀. 나는 그 장난에 장단을 맞추면서 돈가스를 먹고 있는데, 내 대각선에 앉아있던 홍욱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말을 하라고. 왜 맨날 째려보냐고! 나도 째려보니까 젓가락을 내려놓고 식당을 나가버리는 홍욱현. 진짜 쟤 왜 저러세요? 나도 돈가스를 입안 가득 집어넣은 후에 먼저 가 보겠다고 말하곤, 홍욱현을 따라서 식당을 나갔다. 아 어디 간 거야, 얘는! 나는 욱현이를 찾기 위해서 두리번 두리번거리는데, 회복실 문틈 사이로 앉아있는 홍욱현이 보인다. 나는 살금살금 홍욱현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야!' 소리를 지르자 놀라며 날 쳐다보는 욱현이. '너 여기서 뭐 하는데?' 라고 하자 "안 보여? 그냥 쉬고 있잖아.' 라는 홍. 아, 저 띠꺼운 반응 봐라. 나는 홍욱현에게 헤드록을 걸면서 물었다. '너 아까부터 나 왜 째려보는데?' 말이 없는 욱현이. 아, 입에 테이프를 붙였나. 말이 없어! '나 간다? 간다고, 욱현아.' 라고 말하자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더니 낮은 목소리를 말을 한다.
... 가지 마. 가지 말라고.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