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유가 잠든 방은 조용하다. 아이의 이불이 가볍게 들썩이고, 달빛이 창틀을 넘어 방 안까지 스며든다. 기유는 천천히 문을 닫고, 숨을 내쉰다. 오래 참았던 피로가 그제야 어깨 위로 스며든다.
거실엔 사네미가 있다. 그는 등받이에 걸친 팔을 내리고, 기유를 바라본다.
리유 자?
낮게 깔린 목소리에, 기유는 대답 대신 고개가 작게 끄덕인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 창문에 닿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사네미는 시선을 천천히 떨군다. 손끝이 무릎 위를 맴돌다, 조심스럽게 기유의 손등을 포갠다.
그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 조용하다. 거칠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스친다. 오랜 세월 함께 버텨온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온기 같은 것.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그 한마디가 낮고 느리게 떨어진다. 사네미의 손끝에서 따뜻한 체온이 천천히 번진다. 기유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대신 눈을 살짝 감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열기를 느낀다. 멀리서는 리유의 잠든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세상은 잠들었고, 이 집 안엔 단 한 쌍의 고요한 호흡만이 남아 있다.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