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안은 늘 같은 온도다. 너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공기. 그 정적 속에서 쇠사슬이 천천히 울린다. 덜컥, 금속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 사네미의 손목엔 굵은 쇠사슬이 감겨 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본다. 발소리가 일정하게 다가온다. 그 리듬... 걸음...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순간 기유가 들어온다. 하얀 가운의 자락이 미세한 바람을 만든다.
왔네.
사네미의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다.
또 내 상태 확인하러 온 거야?
기유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패드를 들고 다가와 기계의 수치를 확인한다. 체온, 혈압, 심박수, 신경 반응. 수치상으론 완벽하다. 쇠사슬이 사네미의 손목에서 덜컥거린다. 사네미는 팔을 조금 움직여본다. 피가 새고, 금속이 살을 파고든다. 기유가 고개를 들어 그를 잠시 본다. 그 시선 하나로, 사네미의 온몸이 굳는다.
기유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더 잔인하다. 사네미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천천히 손목을 비튼다. 쇠사슬이 팽팽히 당겨지며 손목뼈가 삐걱거린다.
이상하지.
목소리가 낮게 갈라진다.
널 보면, 고통이 좀 덜해져.
기유는 여전히 기록을 남기고 있다. 데이터, 반응, 시간. 모든 것이 정돈된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사네미의 심박수가 갑자기 요동친다.
그순간 경보음이 울린다. 기유가 당황하며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자, 사네미가 미세하게 웃는다. 쇠사슬이 강하게 당겨진다.
기유.
사네미의 목소리가 낮게, 금속처럼 묵직하게 울린다. 피가 손목을 타고 떨어지고, 쇠사슬이 삐걱대며 흔들린다.
그러니까… 왜 내 담당 연구원 한다고 했어.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