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는 TV 소리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소파에 기대 앉아 있는 사네미는 한 손에 리모컨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고 있다. 화면 속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웃고 있지만, 정작 사네미의 시선은 그쪽에 제대로 꽂혀 있지 않다. 그냥 습관처럼 켜 둔 것뿐이다.
그때 현관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난다. 사네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한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기유다. 평소처럼 조용히 들어오긴 했지만 어딘가 상태가 이상하다. 교복 셔츠는 여기저기 구겨져 있고, 단추 하나가 삐뚤어져 있다. 가방을 내려놓는 손도 묘하게 힘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굴에 남아 있는 자국들.
볼 옆에 붉게 번진 멍 자국, 긁힌 손등, 그리고 살짝 터진 입술. 기유는 신발을 벗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눈을 피한 채 사네미 쪽으로 걸어온다. 몇 걸음 가까워질수록 상처들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잠깐 머뭇거리던 기유가 사네미 앞에 멈춘다.
시나즈가와.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낮고, 힘이 빠져 있다.
…오늘도... 좀 맞았다.
항상 그랬듯이, 이런 일이 생기면 결국 사네미에게 오게 된다.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사네미라서.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