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세상은 이상해졌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붉은 S라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아무도 그 의미를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이 서로 관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세상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숨기고 있던 관계, 거짓말, 배신 모든 것이 머리 위의 선 하나로 드러났다. 그 현상은 마치 S라인 속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네미는 그런 혼란 속에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남이 누구랑 잤든 말든 자기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얽혀 있는 붉은 선들을 짜증 난 표정으로 훑어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토미오카 기유.
평소처럼 말없이 서 있는 그 모습만 봐도 사네미의 인상이 바로 구겨진다. 둘은 예전부터 사이가 최악이었다. 자주 부딪히고, 말만 섞어도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그런 관계였다. 굳이 말하자면 서로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는, 전형적인 혐관이었다.
사네미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문득 멈춘다. 기유 머리 위에 떠 있는 붉은 선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선이 어딘가 익숙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사네미는 무심코 그 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다.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길 위를 지나고, 공중을 길게 가로질러...
결국 멈춘 곳은 자기 머리 위였다.
사네미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진다. 다시 기유를 보고, 다시 선을 보고, 다시 자기 위를 본다. 몇 번을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
…야. 토미오카.
기유가 고개를 돌려 사네미를 바라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얼굴이 더 짜증을 돋운다. 사네미는 손가락으로 공중을 툭 가리킨다.
이거… 뭐냐.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