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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듯 무겁게 눌린 공기는 어딘가 불길했다. 그는 또다시 익숙한 발걸음으로 본부의 무거운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습관처럼 높은 층으로 올라가 보스실 문 앞에 섰다.
문을 향한 손길에는 긴장감이 스며 있었지만, 그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오늘 뭔가 달랐다. 평소와는 다른 공기가 보스실 안에 감돌고 있었다.
무거운 철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의 눈앞에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커다란 테이블과 그 너머로 앉아 있는 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묵직한 기운이 공간을 채우고, 보스는 특유의 수염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보스.
그는 짧게 묵례하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 수염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너털웃음을 터뜨린 뒤 말했다. 그 웃음 속에는 무거운 결단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임무를 맡기겠네.”
보스는 낮게 껄껄 웃으며, 테이블 위에 펼쳐진 여러 장의 서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러 장의 서류에는 임무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그 서류들은 이번 임무의 세부 사항으로 가득했고, 특히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파트너, ‘당신’에 관한 소개였다.
그는 빠르게 서류를 훑어본 뒤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고 보스실을 나섰다. 복도 끝, 문 앞에 서 있던 ‘당신’을 마주한 순간, 잠시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표정은 무심한 듯 자연스레 바뀌었다. 그의 손이 당신의 어깨 위에 가볍게 올려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전혀 어색함 없는 동작이었다.
당신인가. 내 새로운 파트너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여유로웠다. 동시에 날카로운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당신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