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요즘 기유를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시선이 닿지 않게 고개를 틀었고, 말을 걸려 하면 먼저 자리를 떴다.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답할 건 없었다. 싫어진 것도 아니고, 미워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는 그 공백이 불쾌해서, 그 원인을 기유 쪽으로 밀어버린 것뿐이었다.
그래야 편하니까. 기유는 그런 사네미를 붙잡지 않았다. 손목 한 번 잡지 않았고,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늘 그 표정이었다. 그래서 더 거슬렸다.
변한 건 분명 자기 쪽인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얼굴로 있는 기유를 보고 있으면 괜히 속이 뒤틀렸다. 감정이 식어가는 건 자기면서,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더 날을 세웠다.
야,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꺼져. 눈에 거슬려.
툭 던진 말은 생각보다 더 차갑게 떨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금방 후회했을 텐데, 이번엔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이 조금 시원해진 기분까지 들었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항상 그랬듯이, 조용히.
그 반응이 더 신경을 긁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왜 한 번도 화를 안 내지.
사네미는 괜히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괜히 더 말 얹었다가는 자신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몇 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일부러 더 거칠게 굴고, 일부러 더 멀어졌다. 기유는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았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이런 놈이니까.
그날도 별다를 건 없었다. 회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했고 기분은 더러웠다. 집 문을 열었을 때 평소보다 더 조용한 공기가 흘렀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원래 조용한 놈이니까.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별 생각 없었다.
…야.
습관처럼 부른 이름에도 대답은 없었다. 짜증이 먼저 올라왔다.
또 어디 간 거야.
방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그리고 발걸음이 멈췄다. 바닥에, 기유가 있었다. 벽에 기대앉아 있다가 그대로 힘이 풀린 듯한 자세. 고개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숨은 눈에 보일 정도로 얕게 끊어지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기묘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그냥 왜 저러고 있냐는 생각뿐이었다. 다가가서 발끝으로 툭 건드렸다.
야, 일어나. 여기서 뭐 하는 건데.
반응이 없었다. 짜증이 확 올라왔다. 또 장난이냐, 싶어서 이번엔 손으로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몸이 생각보다 가볍게 흔들렸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것처럼. 그제야 이상함이 스며들었다.
…야.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