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혼자만 아는 감정이다.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만 쌓여 가는 감정이고,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웃고, 평소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더 아프다.
기유에게 사네미는 그런 존재였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옆에 있었지만, 기유의 마음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가 있었다. 같이 집에 가는 길도, 별거 아닌 대화도, 어깨가 스치는 순간도 전부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사네미에게 기유는 그저 편한 친구였다. 아무 생각 없이 장난치고,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부르는 그런 존재.
그래도 기유는 오늘 말해보려고 했다.
손에 작은 초콜릿 상자를 들고 복도를 걸어간다.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느렸고, 손에 쥔 상자는 괜히 몇 번이나 고쳐 잡는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다.
그러나 교실 문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기유는 문 앞에서 잠깐 멈춘다. 심장이 괜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한 발 다가가 교실 안을 본다.
창가 쪽 책상에 사네미가 걸터앉아 있었다. 한쪽 팔을 뒤로 짚은 채 몸을 살짝 기울이고 있었고, 앞에는 카나에가 서 있었다. 카나에는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사네미는 그 말을 들으며 피식 웃다가 고개를 살짝 젖힌다.
사네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잠깐 뒤 카나에가 또 무언가 말을 이어가자 사네미가 몸을 조금 앞으로 숙이며 어깨를 들썩인다.
너 진짜 웃기다.
사네미의 웃음소리가 교실 안에 가볍게 퍼진다. 문 앞에 서 있던 기유의 발이 그대로 멈춘다.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 상자가 조금 더 세게 눌린다. 상자의 모서리가 손바닥에 파고들었지만 기유는 그걸 느끼지도 못한다.
사네미는 계속 카나에를 보며 웃고 있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어깨를 기대듯 편하게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웃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기유는 문 앞에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연습했던 말이 전부 흐릿하게 사라진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