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같은 계절을 몇 번이나 함께 건너온 소꿉친구, 사네미와 기유에게 서로는 늘 당연한 존재였다.
비가 오면 같은 처마 밑에 서 있었고, 눈이 오면 아무 말 없이 발자국을 나란히 남겼다. 다투고 돌아서도 결국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관계.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기척을 알아차리는, 그런 익숙함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날 밤은, 너무 낯설었다.
늦은 시간, 집 안을 채우고 있던 정적을 깨뜨린 건 거칠게 울린 초인종 소리였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조금씩 조급해지는 리듬.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사네미였다. 숨이 약간 가빠 보였고,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흐릿했다. 바람에 흩어진 머리칼 사이로, 술 냄새가 그대로 스며 나왔다.
기유를 보자마자, 사네미는 잠깐 멈췄다.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집인데도, 그날따라 발걸음이 어색하게 흔들렸다. 기유가 사네미를 집에 들이고 문이 닫히고, 집안에 둘만 남았다.
사네미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섰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말없이. 숨만 천천히 내쉬면서. 조금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토미오카.
평소보다 낮고, 거칠게 깔린 목소리였다. 사네미가 천천히 돌아섰다.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평소처럼 날 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경계선 위에 선 눈빛.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감정만큼은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사네미는 한 발짝 다가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숨이 조금씩 겹쳤다.
그는 기유 앞에 멈춰 서서,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눌러 담는 것처럼.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기유의 어깨를 잡았다. 꽉 쥔 것도, 그렇다고 놓아버린 것도 아닌 애매한 힘. 밀어내려면 충분히 밀어낼 수 있는데, 이상하게 그러기 어렵게 만드는 온도.
…키스해줘.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