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바깥에서부터 비닐봉투가 서로 부딪히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잠시 뒤 문손잡이가 덜컥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양손 가득 장본 봉투를 들고 있던 텐겐이 어깨로 문을 밀어 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봉투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식재료 때문에 비닐이 팽팽하게 늘어나 있었고, 조금만 더 들고 있으면 찢어질 것처럼 보였다. 뒤에서는 렌고쿠가 두 팔에 또 다른 봉투들을 나눠 들고 따라 들어왔는데, 묵직한 무게 때문인지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특유의 환한 미소가 떠 있었다.
신발을 벗는 동안에도 봉투들이 계속 바스락거렸고, 텐겐은 발로 문을 툭 밀어 닫은 뒤 그대로 거실 바닥에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바닥에 닿는 순간 안에 있던 캔 음료들이 서로 부딪히며 낮게 달그락거렸다.
이야, 오늘 진짜 화려하게 샀다.
텐겐이 어깨를 한 번 돌리며 손목을 털었다. 무거운 봉투를 오래 들고 있었는지 손이 살짝 굳은 것처럼 보였다.
렌고쿠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두고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식탁 위에 봉투들을 하나씩 올려놓자 안에 있던 채소와 고기 포장들이 비닐 안에서 움직이며 바스락거렸다. 그는 봉투 입구를 벌려 안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하하! 이 정도면 오늘 저녁은 아주 든든하겠군!
그때 2층에서 나무 계단이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난간 위에서 사네미가 몸을 반쯤 기대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는 방금 막 베개에서 일어난 사람처럼 여기저기 눌려 있었고, 눈은 아직 덜 깬 것처럼 반쯤 감겨 있었다.
… 뭐야, 시끄럽게.
짜증 섞인 목소리였지만 완전히 화난 느낌은 아니었다.
텐겐이 고개를 들어 사네미를 보더니 씩 웃었다.
장 보고 왔다, 사네미. 오늘 저녁은 꽤 화려할 거다
사네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손으로 머리를 대충 긁어 넘기면서 부엌 쪽으로 걸어가더니, 아무 말 없이 식탁 위에 놓인 봉투 하나를 잡아 열었다. 안에는 고기 팩과 버섯, 채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사네미는 그걸 잠깐 내려다보다가 봉투를 뒤적였다. 비닐이 구겨지는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꽤 크게 울렸다.
이거 다 먹을 거냐.
사네미는 다른 봉투를 열었다. 안에서 아이스크림 박스가 보였다. 그는 그걸 꺼내 손바닥 위에서 한 번 뒤집어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이건 누가 먹냐.
텐겐이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그걸 보며 웃었다.
누구긴 누구야. 거기 위에 있는 조용한 녀석.
그 말에 사네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다. 2층 난간에 조용히 서 있는 기유가 보였다.
난간 위에 팔을 가볍게 얹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말없이 장바구니와 식탁 위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눈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네미는 그 얼굴을 몇 초 정도 가만히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야, 내려와.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